2017년 제27권 제2호·여름국립국어원 2017-02-02 정간위 심의필 95-13-4-21 is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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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국어원 2017-02-02정간위 심의필 95-13-4-21

    ISSN 1225-7168

    새국어생활제27권 제2호(2017년 여름) Vol. 205

    인쇄일·발행일 2017년 6월 30일

    펴낸이 국립국어원장

    편집위원 남길임·박재현·이동은·이상혁·김윤종

    기획·편집 김문오·김미현·홍규화

    제작 ㈜늘품플러스

    펴낸 곳 국립국어원(www.korean.go.kr)

    주소 07511 서울특별시 강서구 금낭화로 154(방화동 827번지)

    National Institute of Korean Language

    154, Geumnanghwa-ro, Gangseo-gu, Seoul, Korea

    전화 (02) 2669-9775

    전송 (02) 2669-9727

    ※ 정기 구독 신청 및 구독 소감, 건의 사항 등 문의

    ≪새국어생활≫ 담당자│(02) 2669-9688│[email protected]

  • 2017년 제27권 제2호·여름

  • [특집] 특수언어 정책

    특수언어 정책의 현황과 의의 ·········································· 9

    황용주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의 의의와 실제 ·························· 33이운영

    우리나라 수어 교육 실태와 개선 방안 ························· 49

    원성옥

    한국수어 정비 사업

    : 한국수어사전(한국수어의 기록) ··································· 67

    이현화

    「점자법」의 제정과 시행 ················································ 85김호식

    세상을 ‘보게 하는’ 점자 교육 ······································ 105

    김영일

    점자 규격 표준화 사업의 필요성 ·································· 119

    강완식

    2017년 제27권 제2호·여름

  • 지금 이 사람

    말과 글은 문화의 뿌리

    -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 135

    이경우

    문학 속 우리말

    사투리에서 키니시즘까지

    : 소설 속 사투리에 대한 두 가지 단상 ························· 151

    구자황

    세계의 언어 정책

    사회 언어학적 시각으로 보는 카자흐스탄 언어 정책 ··· 163

    구은조

    삶과 우리말

    한글이 주는 행복 ··························································· 181

    정재환

    배움터 풍경

    국어 시간의 영웅들, 그리운 이름을 하나씩 불러 봅니다·· 191

    최진아

    국립국어원 소식 ··································································· 201

    [부록]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 내용 ······················· 219

  • 특수언어 정책

  • 9

    특수언어 정책의 현황과 의의

    황용주

    국립국어원 특수언어진흥과 학예연구관

    1. 머리말

    ‘언어’라는 단어에 대해서 ≪표준국어대사전≫은 “생각, 느낌 따위를 나

    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음성

    언어 중심의 풀이이다. 단어의 뜻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산물이다.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에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는데 이는 누군가로부터 공인을

    받거나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사유를 해야 가능한 일이다.1)

    소수 언어가 주류 언어 혹은 거대 언어와 동등한 수준이라는 것은 이른바

    언어 정책에서 언어 태도와 관련된 것으로, 언어의 위상 전환과 맞물려

    있다. 최근 2년은 한국의 언어 정책의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로 기억될 것이

    다. 언어와 관련된 법률인 「국어기본법」이 2005년도에 제정되고 난 후, 10여

    년이 흐른 뒤인 2016년 2월에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고 8월에 시행되

    었으며, 2016년 5월 「점자법」이 통과되고 그 일 년 뒤인 2017년 5월 시행되

    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가지 법률의 제정과 시행을 계기로 언어 정책을

    1) ‘수어’가 언어로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현재 사전의 뜻풀이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특집 1

  • 10

    담당하는 기관에 전담 부서도 신설되어 이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졌다. 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 법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정책을 시행하

    는 근거를 마련해 주고 예산, 조직, 인력 등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이 글은 현재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특수언어2) 정책을 개관하고 그

    의의를 살피는 데 목적이 있다. 특수언어 정책의 개관에 앞서 ‘특수언어’란

    용어 사용에 대해 언급하고 출발하고자 한다. 그리고 국외 사례를 언급하고

    자 한다. 그 후 「한국수화언어법」과 「점자법」 등 관련 법령과 조직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또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앞으로 추진하려는 특수언어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

    리하고자 한다.

    2. 특수언어 정책의 이해

    2.1. 정책으로서의 특수언어의 개념

    일반적으로 ‘언어 정책’ 내지 ‘국어 정책’이라는 말은 생활 속에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특수언어’나 ‘특수언어 정책’이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

    듣고 읽을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특수언어’에 대한 의미도 바로 와닿지

    않는다. ‘특수언어’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적은 탓이기도 하지만 실제

    쓰임에서 여러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 언어를 반영하고 있는 대규모 언어 자료인 신문에서 ‘특수언어’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를 토대로 특수언어의 다양한 개념을 살피고자 한다.3)

    2) ‘특수언어’는 ‘수어’와 ‘점자’를 포함하는 개념이나 아직까지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지 않다.

    3) 네이버의 뉴스라이브러리 검색 자료를 활용했음을 밝힌다.

  • 11

    ‘특수언어’라는 말이 다음의 몇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어떤 특정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은어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었

    다. 둘째, 이른바 주류 언어가 아닌 언어로, 주로 영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셋째, 컴퓨터 언어의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넷째, 장애인들의

    언어로, 주로 청각 장애인이 사용하는 언어의 의미로 사용되었다.4)

    (1) ‘왕초’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며 그들만의 특수언어를 사용해야

    만 한다.(동아일보, 1961. 2. 5., 3면)

    (2) 각종 특수언어의 성벽을 넘어 보편적인 인간 사상 면을 탐색하여

    일반성을 찾는 것이 바로 공통문법의 과제인 것이다.(경향신문, 1965.

    3. 8., 5면)

    (3) 이에 따라 인간의 언어와 비슷한 포트란, 코볼, 알골 같은 특수언어로

    차례차례 지시하면 일반타이프와 비슷한 키펀치 기계를 두드려 카드

    나 테이프에 … …(경향신문, 1969. 3. 3., 5면)

    (4) 문체부는 … …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특수언어 표준화 자료집 제정

    및 점자 도서관 건립을 지원하기로 했다.(매일경제, 1996. 9. 30., 29면)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특수언어’의 사용 예에서 가장 많이 확인된 것은

    ‘상대적으로 비주류이거나 소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가리키는 것

    이었다. 현재도 이와 같은 의미로 신문 등에서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이 글에서 ‘특수언어’는 ‘한국어’라는 음성 언어 체계와 ‘한글’이라는 쓰기

    체계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한국수화언어’와 점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

    한다.

    4) 이 이외에 구 구성의 형태로 ‘언어’와 공기하여 ‘특수’란 말이 사용되었는데, 이때의 ‘특수’는

    ‘독특한’이라는 의미로 뒷말을 수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구화교육은 청각장애인들을 상대로 입 모양과 보청기를 이용한 잔증청력을 통해 발성에

    대한 개념, 이해 및 발음법을 습득게 하는 특수 언어 교육의 일종이다.”(연합뉴스, 1999. 5. 13.)

  • 12

    위에 본 바와 같이 제시한 예문에서 주목할 점은 ‘특수언어’라는 표현을

    정부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1990년대 후반에 ‘한국수화언

    어’와 ‘점자’의 표준화와 관련된 일들을 관련 단체에 지원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특수언어’가 ‘언어’의 지위로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수언

    어’라는 말이 1990년대 말 이후 사용되었기는 했지만 아주 제한적인 범위에

    서 사용되었기 때문에 대다수의 국민에게는 널리 보급될 수 없었다.

    특수언어라는 말이 ‘수어’와 ‘점자’를 가리킨다는 것은 외국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5) ‘특수언어’라는 용어가 한국에서만 특별하게 사용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수언어’라는 말은 정책으로서의 사업을 추진하

    기 위한 메타적 표현이다.

    2.2. 특수언어 정책

    언어 정책의 개념은 학자 개개인에 따라 다르며, 시간과 정책 환경이

    변하게 됨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데이비드[David(2013:9)]에서 언어

    정책은 언어의 습득, 구조, 기능, 사용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방법이라고

    하면서, 언어 정책은 ‘공식적 규제’, ‘비공식적 메커니즘’, ‘결과물이 아닌

    과정’ 등을 포함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가 언어 정책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며, 언어 정책이 아닌 것이 무엇인가 하는 반문을 하고

    있다. 즉 언어 정책의 개념은 구분 짓기가 어렵고 어떤 행위를 통해 언어

    사용에 변화를 미치게 한다면 그것이 바로 언어 정책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데이비드[David(2013:10)]는 또한 언어 정책의 유형을 기원, 방법과 목

    5) 특수 언어는 농인이나 시각 장애인 사회와 같은 특별한 공동체에서 의사소통 수단을 포함한다.

    이러한 언어는 간과되기도 하지만, 어떤 공동체의 실질적 요소로 중요한 것이다.(R.B. Kaplan,

    Richard B. Baldauf Jr. 2013:175)

  • 13

    표, 문서화, 법률과 실제 등으로 구분하였다. 기원을 기준으로 할 때 상향식은

    정부나 권위 있는 사람에 의해 개발되는 거시적 층위를 말하고, 명시적으로

    구어나 문어로 표현된다. 또한 공식적인 문어와 구어로 정책이 문서화가

    되며, 법에 의해 시행된다. 하향식은 미시적 층위나 풀뿌리 차원에서 생성된

    정책으로,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미시나 거시적인 내용이 의도

    적으로 숨겨 있다. 또한 공식적 문서 유무와 관계없이 생성되며, 법이 아닌

    실제적 수행으로 나타난다.

    언어 정책은 정부의 노력을 통해서든, 민간의 노력을 통해서든 한 언어

    공동체에 영향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태린

    (2010:119)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가가 정치적인 목적하에 특정한 언어(들)

    와 그 사용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취하는 모든 활동’이란 정의가

    선언적인 의미로 타당할 것이다. 위의 정의대로 특수언어의 사용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모든 활동을 특수언어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작용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언어 정책은 현재의 상황을 진흥하고 발전시키며 보전하는 일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수언어 정책 역시 동일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수화언어법」과 「점자법」은 정책을 시행하는 강력한 동기와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데이비드(2013)가 분류한 것처럼 상향식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3. 특수언어 정책 관련 국외 사례

    이 장에서는 외국의 특수언어 정책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정책을 발굴

    하거나 시작할 때에는 정책 대상자들의 요구가 우선적으로 존재하여야 한

    다. 요구에 따라 정책을 개발하게 되는데 이때 참고하는 것이 바로 외국의

  • 14

    사례들이다. 특히 한국과 비슷한 나라 또는 선진국의 사례를 많이 참고한다.

    또한 국가 정책 수준 척도를 가늠하기 위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

    국의 사례를 비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특수언어 정책과 관련된 법률과 제도를 설명하기 전에 국외

    사례를 먼저 살펴보고 이후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찰하기로 한다. 국외 사례

    의 경우 수어와 관련된 내용은 법률 등으로 제정된 경우가 많으나 점자와

    관련된 내용은 쉽게 찾을 수 없어 점자 관련 내용은 소략함을 미리 밝힌다.

    3.1. 유럽의 정책 사례- 수어 관련 법령 제정

    유럽에서 수어가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데에는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의 역할이 중요했다. 2005년 유럽평의회에서 발간한 ≪유럽에서 수

    어의 지위(The status of sign languages in Europe)≫에 소개되어 있다.6)

    유럽 의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결의를 하였다. 첫째, 농인의 수화

    언어에 대한 유럽 의회 결의[European Parliament Resolution on Sign

    Languages for Deaf People(1988)]에서 농인이 사용하는 수어의 공식적

    인정과 수어 사용 시 발생하는 장애를 제거하도록 제안했다. 또한 전문직으

    로서의 수어통역의 인식, 수화통역사의 훈련, 고용 프로그램의 설치의 중요

    성을 강조했다. 둘째, 수화언어에 관한 유럽 의회 결의[European Parliament

    Resolution on Sign Languages(1998)]에서도 농인이 사용하는 수어의

    공식적 인정, 수어 강사와 통역사의 교육과 고용, 훈련의 분야에 유럽 연합

    자금 계획을 보장하도록 했다. 10년 전의 결의와 다른 점은 수어 강사에

    대해서 지원하도록 한 점이다.

    유럽평의회는 1992년 지역 언어와 소수 언어에 관한 유럽 헌장(The

    European Charter for Regional or Minority Languages)을 제정했다. 이

    6) 이 전개 방식은 이연숙(2012:237-244)을 참고했다는 점을 밝힌다.

  • 15

    헌장은 지역 언어와 소수 언어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는데 수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그런데 소수자 문제 유럽센터가 주최한 국제회의에

    서 ‘지역 언어 및 소수 언어를 위한 정책 조치에 관한 권고’(Flensburg

    Recommendations on the Implementation of Policy Measures for

    Regional or Minority Languages, 2000년)를 통해 ‘수어도 언어임을 인정

    받아야 하며, 유럽평의회와 다른 국제기구들이 이 언어와 언어 사용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도구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타당성이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2001년 유럽평의회는 ‘소수자의 권리에

    관한 권고(Parliamentary Assembly Recommendation 1492 (2001) on

    the rights of national minorities)’를 채택했고, 2003년에는 ‘유럽평의회

    참가국의 수어 보호에 관한 권고(Parliamentary Assembly Recommendation

    1598 (2003) on the protection of sign languages in the member states

    of the Council of Europe)’를 채택하여 유럽 연합 참여국으로 하여금 수어

    의 보존과 발전 시책을 시행하도록 하였다.

    유럽평의회의 이런 노력에 힘입어 유럽의 각 나라에서는 수어 관련 법을

    직간접적으로 제정하고 시행하고 있다. 유럽 국가 중 핀란드와 포르투갈은

    헌법에서 수어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수어의 언어성과 독자성을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어’가 농인의 ‘언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수어가 언어

    로서 자격이 없고 음성 언어에 비해 열등하다는 사고가 지배적이었기 때문

    이다. 이러한 인식의 결과 농인은 학습할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받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정보 접근에 취약하게 되었다. 이는 악순환되어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지위 등 모든 지위에서 차별을 받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따라서

    수어가 ‘언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수어’는 열등하지 않고 다른 음성

    언어와 마찬가지로 동등하다는 점을 밝히기 위함이다. 언어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상대적인 것이다.

  • 16

    3.2. 국제연합(UN)의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2006년 국제연합(UN)은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채택하였다. 위에

    서 언급한 언어 정책의 유형에서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상향식의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 협약은 협약 당사국의 정책에 직간접적

    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포괄적이고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7)

    이 협약의 목적은 ‘장애인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하고 동등하

    게 향유하도록 증진, 보호 및 보장하고, 장애인의 천부적 존엄성에 대한 존중

    을 증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조약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이 특수언어 정책과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중에 주요한 것을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8)

    제21조 의사 및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

    당사국은 이 협약 제2조에 따라, 장애인이 선택한 모든 의사소통 수단을

    통하여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얻고 전파

    하는 자유를 포함한 의사 및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여기에는 다음의 사항이 포함된다.

    …(중략)…

    나. 장애인의 공식적인 교류에 있어 수화, 점자, 보완대체 의사소통, 그리

    고 장애인의 선택의 따른 의사소통의 기타 모든 접근 가능한 수단,

    방식 및 형식의 사용을 수용하고 촉진할 것9)

    7) 한국은 2009년에 이 협약에 가입하였다. 이 협약에는 “당사국은 최소한 4년마다 후속 보고서를

    제출하며 위원회가 요구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제출한다.”라는 조항이 있는데 2014년에

    한국은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8) 조약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http://www.law.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문에 제시한 내용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발췌한 것이다.

    9) 이 협약문의 용어 정의 부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언어’란 구어, 수화 및

    다른 형태의 비음성 언어를 포함한다.” 이런 개념 정의는 현재 대부분의 언어 사전에서 언어의

    개념을 주로 음성 언어 중심으로 뜻풀이하는 것과 달리 음성 언어 이외의 기호 체계를 포함한다

  • 17

    …(중략)…

    마. 수화의 사용을 인정하고 증진할 것

    제24조 교육

    …(중략)…

    3. 당사국은 장애인의 교육에 대한 참여 그리고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완전하고 평등한 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생활 및 사회성 발달 능력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하여, 당사국은 다음의 사항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가. 점자, 대체문자, 보완대체 의사소통의 방식, 수단 및 형식, 방향정위

    및 이동기술의 학습을 촉진하고, 동료집단의 지원과 조언 및 조력을

    촉진할 것

    나. 수화 학습 및 청각 장애인 집단의 언어 정체성 증진을 촉진할 것

    다. 특히 시각, 청각 또는 시청각 장애를 가진 아동을 포함하여 이러한

    장애를 가진 장애인의 교육이 개인의 의사소통에 있어 가장 적절한

    언어, 의사소통 방식 및 수단으로 학업과 사회성 발달을 극대화하는

    환경에서 이루어지도록 보장할 것

    4. 이러한 권리 실현의 보장을 돕기 위하여, 당사국은 장애인 교사를

    포함하여 수화 그리고/또는 점자언어 활용이 가능한 교사를 채용하고

    각 교육 단계별 전문가와 담당자를 훈련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그러한 훈련은 장애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하여

    적절한 보완대체 의사소통의 방식, 수단 및 형태, 교육기법 및 교재의

    사용을 통합한다.

    …(하략)…

    고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18

    장애인에 대한 권리 협약에서 제시한 수화 및 점자와 관련된 내용은

    협약 당사국들에게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전통적인 언어 정책 내지 언어

    계획의 분류를 위상 계획, 자료 계획, 태도 계획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는 ‘위상 계획’과 ‘교육 계획’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언어’로 인정받지 못하면 정책의 대상으로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

    이다. 또한 교육에 있어서도 당사자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서 인정하고

    적극적 태도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수화와 점자에

    관한 정책은 이 협약의 내용을 반영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국수화언어

    법」과 「점자법」 제정으로 실현되었다.

    4. 한국의 특수언어 정책

    4.1. 특수언어 관련 법률

    4.1.1. 「한국수화언어법」「한국수화언어법」은 2016년에 제정되었지만, 이 법이 나오기 전에 이미

    민간에서 「수화언어법」 제정을 위한 노력들이 있었다.10) 「수화언어법」은

    ‘수화’가 언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으며, 이는 이 법의 목적에 나와

    있다.11) 또한 기본 이념에 철학적 배경을 내포하고 있다.

    10) 정희원(2016:143)은 를 인용하면서 “수화언어법의 제정을 위한 노력은

    2003년 1월 열린 ‘수화언어의 언어성 선포와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수화는 언어다’라고 선언함

    으로써 시작되었다고 한다. 2008년에 ‘수어 관련 법령 제․개정 연구 및 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법안 초안 작성 및 입법 발의 등이 추진되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11) 수화언어가 언어로 인식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1960년대 이후 ‘수어’를 언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으나 곧바로 언어로 인정되지는 못했다. 특히 교육에서는 이른바

    구화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는 1980년대까지 여전히 수어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 19

    제1조(목적) 이 법은 한국수화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고, 한국수화언어의 발전 및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

    여 농인과 한국수화언어사용자의 언어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기본이념) ① 한국수화언어(이하 “한국수어”라 한다)는 대한민국

    농인의 공용어이다.

    ② 국가와 국민은 한국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이 농정체성을 확립하고

    한국수어와 농문화를 계승‧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

    ③ 농인과 한국수어사용자(이하 “농인등”이라 한다)는 한국수어 사용을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생활영역(이하 “모든 생활영역”이

    라 한다)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며, 모든 생활영역에서 한국수어를 통하

    여 삶을 영위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④ 농인등은 한국수어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 중에서 농인의 ‘농정체성’과 ‘농문화’는 중요한 내용으로

    언어의 계승과 보전의 측면에서 필수적인 사항이다. 또한 다른 언어를 이해

    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요소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한국수화언어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12)

    제4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국수어를 교육 보급하고 홍보하는

    등 농인의 한국수어 사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

    여 시행해야 함.

    제6조 한국수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해 한국수어발전기본계획을 5년

    마다 수립 시행함.

    12) 법률 내용을 요약하여 제시한 것으로 정희원(2016)을 참고했음을 밝힌다.

  • 20

    제7조 기본 계획에 따른 한국수어발전시행계획을 매년 수립하여 시

    행해야 함.

    제9조 농인의 한국수어 사용 환경 등에 관한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시

    행함.

    제10조 전문용어 표준화 등 한국수어 연구를 수행하며, 이를 위해 전문

    기관 등을 지정할 수 있음.

    제11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학교 교육에서 한국수어를 한국어

    와 동등한 교수학습 언어로 사용하도록 하고, 장애 발생 초기부

    터 한국수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마련해야 함.

    제12조 농인 등의 가족을 위한 한국수어 교육 지원 체계를 마련하도록 함.

    제14조 한국수어 사용 촉진 및 보급을 위해 대중매체를 활용한 홍보,

    교육과정과 교재 개발, 한국수어 교원 양성 등의 사업을 시행

    해야 함.

    제15조 한국수어 능력의 향상 및 평가를 위해 한국수어 능력 검정 제도

    를 마련하여 시행함.

    제16조 국가는 공공행사, 사법 행정 등의 절차, 공공시설 이용 등을 위해

    농인이 필요로 할 때 수어 통역을 지원해야 하며 관련 전문인

    력을 양성해야 함.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수화언어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한국

    수화언어’를 ‘농인의 공용어’로 인정하였다는 점이다. 한국수화의 언어적

    지위를 인정한 것은 우리나라의 언어 정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비록

    ‘농인의 공용어’로 한정하였지만, 이는 단일 언어 사회였던 한국 사회가

    ‘한국어’와 ‘한국수어’를 모두 공용어로 지정하여 이중 언어 사회임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이 법률을 근거로 한국수화언어의 진흥을 위한 정책 사업을 추진하게

    되는 데 탄력을 받게 되었다. 법률은 법, 시행령(대통령령), 시행규칙(부령)

  • 21

    의 체계로 구성되는데 ‘법’은 주로 선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법에서

    는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가 해야 하는 일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밝히고,

    국민의 권리와 규제에 관한 사항을 제시한다. 시행령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말해 준다. 시행령은 법에서 언급한 내용을 어떻게

    실현할지 그 내용을 밝힌 것이다. 실제적으로 시행령에는 14조에서 언급한

    교원 자격의 기준을 제시하였고 한국수어능력 검정 기준과 한국수어교육능

    력 검정 기준에 대한 세부적인 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4.1.2. 「점자법」점자 사용과 관련하여 국가에서 개별 법령으로 다룬 것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점자법」의 목적과 기본 이념에는 이 법의 의의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13)

    제1조(목적) 이 법은 점자 및 점자문화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시각장애인의 점자사용 권리를 신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기본 이념) 시각장애인은 문자 수단으로서 점자를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와 국민은 점자의 발전과 보전‧계승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한국수화언어법」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것이 바로 ‘언어권’이었다. 그

    13) 외국에는 ‘점자’만을 주제로 한 법률은 없지만 점자 또는 점자 사용자와 관련한 법안들이

    오래전부터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도서관법’, ‘지방정부법’, ‘저작권법’,

    ‘차별금지법’에 의해 도서관에서 장애인 서비스가 이루어졌다. 영국의 경우 1850년 ‘공공도서

    관법’, 1964년 ‘도서관 및 박물관법’, 2005년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 2010년 ‘독서장애인

    저작권법’에 의하여 장애인을 위한 포괄적인 서비스에 대한 책임이 주어졌다. 프랑스의 경우

    2005년 ‘장애인 차별금지법’, 대체 자료 재생산을 위한 ‘저작권법 예외규정’이 2006년에 발효되

    었다.(국립국어원 내부 자료)

  • 22

    러나 점자는 ‘점자’ 자체를 인정함으로써 ‘점자 사용권’에 초점이 주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점자의 효력과 차별 금지 조항에 표현되어 있다.

    제4조(점자의 효력 및 차별금지) ① 점자는 한글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문자이며, 일반활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② 공공기관등은 입법‧사법‧행정‧교육‧사회문화적으로 점자의 사용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점자법」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제4조 점자가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문자임과 일반활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는 것을 선언함.

    제5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점자의 사용능력 향상과 점자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며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해야 함.

    제7조 점자의 발전과 보전을 위해 점자발전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

    시행하며

    제7조 기본 계획에 따른 점자발전시행계획을 매년 수립하여 시행

    해야 함.

    제9조 점자 사용능력 등 점자에 관한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시행함.

    제11조 점자 교육 기반을 조성하도록 함.

    제17조 점자 정보화의 촉진을 통해 점자로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함.

    제18조 점자 관련 전문인력에 대한 자격 부여를 할 수 있도록 함.

    「점자법」은 「한국수화언어법」과는 차이가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추상적인 내용으로 법안이 이루어져 있다. 우선 언어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 23

    내용을 다룬 것이 「한국수화언어법」이라면 「점자법」은 문자 사용 측면에

    초점을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점자 전문 인력에 관한 자격에 관한

    내용은 「점자법」 시행령에 빠져 있다. 현재 점자 관련 전문 인력으로 점역교

    정사가 제도가 있는데 이와 더불어 점자를 교육하는 사람들에 대해 자격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격 부여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4.1.3. 기타 관련 법

    언어 정책은 위의 두 법에만 근거하지 않는다. 정책 대상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언어 정책의 근거가 된다. 관련 법률로는

    「장애인 차별 금지법」, 「장애인 복지법」, 「방송법」, 「특수교육법」 등에서

    수어와 점자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장애인복지법」에 수화통역사와

    관련된 내용이 있으며 「방송법」은 ‘장애인 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를 통해 수어와 자막 방송의 의무 비율을

    고시하고 있다.14) 그런데 이러한 법률들의 내용은 언어 복지적 측면이 강하

    다. 그러나 언어 복지 측면 또한 정책의 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수화통역’의 경우 언어 정책의 강력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4.2. 조직

    언어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제도를 만들

    었지만 실행할 조직이 없다면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화언어와 점자

    14) 장애인 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방송통신위원회 고시

    제2015-4호)에서 중앙지상파는 2014년까지, 지역지상파는 2015년까지, 보도종합편성은 2016년

    까지 방송시간 중 자막방송 100%, 화면해설방송 10%, 수화통역방송 5%의 장애인방송물을

    제작・편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는 2011년 제정되었고 2015년 5월 개정되었다.(황용주, 2016)

  • 24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6년 9월 말 국립국어원에 특수언어진흥과를

    신설하였다. 조직명을 ‘수화언어진흥과’로 하지 않고 ‘특수언어진흥과’로

    한 것은 ‘수화언어’와 ‘점자’ 등을 전담하기 위해서이다. 현재는 한시 조직으

    로, 2년 후 평가를 받아 조직의 지속 유무를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 법률에서

    정한 특수언어진흥과의 업무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15)

    1. 특수언어(한국수화언어 및 점자를 말한다. 이하 같다)에 관한 중장기계

    획 및 조사‧연구에 관한 사항

    2. 특수언어의 정보화, 표준화 및 관련된 각종 사전의 편찬‧발간에 관한

    사항

    3. 특수언어에 대한 교육‧연수, 교원 자격, 전문인력 양성에 관한 사항

    4. 특수언어와 관련된 상담에 관한 사항

    5. 특수언어의 국내외 교류 및 민간 부분 활동 촉진에 관한 사항

    6. 특수언어 관련 문헌과 자료의 관리에 관한 사항

    7. 특수언어 교육 과정, 교재 및 자료 등의 개발‧보급 및 운영에 관한

    사항

    특수언어진흥과에 6명의 인원이 배치되어 위의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는 조직이 설치 초기 단계이고 수화언어와 점자 관련 연구 및

    사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업무를 효율적으로 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15)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에 특수언어진흥과의 업무를 명시하고 있다.

  • 25

    4.3. 특수언어 정책의 주요 내용

    위에서 언급한 「한국수화언어법」, 「점자법」이 특수언어 진흥의 법적 근

    거를 마련해 주었다. 특수언어 관련 사업을 추진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초기 정책 지원 사업은 표준화에 주력하였다. 수어 표준화와 점자 규정

    정비 등이 그 예에 속한다. 점자의 경우 그간 통일되지 않고 사용되던 점자에

    대해 1997년 정부에서 점자 규정을 제정하여 교과서 등에 활용하도록 하였

    다. 점자 규정 제정 이전에는 민간에서 사용되고 있었으나 공식적인 고시가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 정부의 고시를 통해 공식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16)

    특수언어 정책과 관련된 내용은 2015년 이후 추진한 사업을 중점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한 이유는 이 무렵부터 사업을 추진할 때 보조 사업이

    아닌 직접 사업으로 추진하였고, 국가의 정책적 개입이 깊숙이 이루어졌다

    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4.3.1. 정책 관련 위원회 운영

    특수언어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 한국수어연구자문위원회와 점자규범

    정비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국립국어원 예규를 통해 2015년에 설립된

    이 위원회들은 소속 위원의 임기가 2년이며 수어와 점자에 관련된 주요

    정책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수어 사용자인 농인과 점자 사용자인 시각

    장애인의 의견을 충분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의 참여율을 높여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각 위원회는 1년에 1차례 이상 개최하도록 되어

    있다.

    16) 특히 우리나라는 정책 시행이 주로 법률에 따라 이루어진다. 즉 정부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민간에서의 노력이 있긴 하지만 민간이 주도하는 내용도 정부의 인정을 받기 원하고

    있다.

  • 26

    4.3.1.1. 한국수어연구자문위원회

    한국수어연구자문회의 기능은 첫째, 한국수어 발전을 위한 계획 수립에

    관한 사항, 둘째, 한국수어 조사 및 연구에 관한 사항, 셋째, 분야별 전문용어

    수어 제정 및 사전 구축에 관한 사항, 넷째, 그 밖의 한국수어 사용 환경

    개선과 관련하여 위원회의 결정이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수어 연구

    와 자문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4.3.1.2. 점자규범정비위원회

    한국점자규범정비위원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논의한다. 첫째,

    점자 발전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사항, 둘째, 점자 규정의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사항, 셋째, 점자 사용에 필요한 세부 지침의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사항, 넷째, 점자 규정 및 세부 지침의 연구에 관한 사항, 다섯째, 그 밖의

    점자의 발전과 보전에 관한 사항에 대해 논의한다.

    4.4. 주요 사업

    4.4.1. 한국수화언어 관련 주요 추진 사업

    올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한국수어 자료 수집 및 구축과 수어

    소통 활성화 기반 조성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한국수어 자료 수집 및

    구축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한국수

    어 말뭉치 구축 및 분석 사업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2015년 90시간의

    수어 영상을 녹화하였고 그중 약 13시간 분량에 대해 기본 전사를 마쳤다.

    전사는 번역, 우세 글로스, 비우세 글로스, 눈/머리 방향, 눈썹, 얼굴/입,

    전사자 의견(코멘트)로 나누어 정보를 구축하였다. 또한 2016년에는 약

    110분 분량을 정밀 전사를 하였고 수어를 할 때 입의 움직임과 관련된

  • 27

    정보를 구축하였다. 올해는 약 3시간 분량의 기본 전사와 함께 사업을 진행

    하면서 검토한 정비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였다. 둘째, 국어원에서 수어 관련

    사업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의 하나가 사전 정비 관련 사업이다.

    기존의 한국수어사전에 뜻풀이 영상을 제시함으로써 한국수어사전의 내용

    을 풍부하게 하도록 하였다. 또한 전문 용어 사전의 구축을 기존의 사전

    구축 방식을 벗어나서 실제 자료를 수집하여 정비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셋째, 한국수어 문화 정보 구축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박물관 등의

    문화 시설에 있는 문화 정보를 수어 해설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보급하는

    사업이다.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주요 국립박물관에 있는 전시 유물에 대한 수어 해설 영상을 제작하는 것인

    데, 올해는 공립박물관인 부산박물관이 포함되었다.

    한국수어 소통 활성화 기반 구축 사업으로 한국수어 문화학교 운영 사업

    과, 한국수어 교육 과정 및 교재 개발 사업이 있다. 한국수어 문화학교

    사업은 ‘국어문화학교’ 사업의 이름을 참고한 것이다. 한국수어 문화학교는

    농인과 청인을 대상으로 각기 다른 교육 과정을 개발․운영하고,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여 한국수어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수어

    교육 과정 및 교재 개발 사업에서는 먼저 농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과정과

    교과목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 과정 및 교재 개발 사업의 초점이 농성인

    에 맞춰진 것은 지금까지 농성인을 위한 교육 과정이나 교재들의 개발이

    거의 전무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수어 사용 실태조사는 한국수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

    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사업이다. 정확한 실태 조사가 뒷받침되어야 한국수

    어 관련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리적 관점에서 청각 장애인의

    수는 파악되어 있지만, 사회‧문화‧언어적 관점에서의 ‘농인’의 수는 아직까

    지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즉 청각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농문화

    속에서 한국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총 몇 명에 이르는지 정확

  • 28

    히 알 수 없다. 또한 실태조사를 통해 농문화와 농정체성을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 실태조사가 완벽한 농문화와 농정체성을 드러내기는 어렵겠지만

    농인의 농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는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수어 교육 관련 사업 이외에 인식 개선 사업도 중요하다. 한국수어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인식을 높이는 것이 한국수어의 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에 홍보함으로써 친밀도를 높이도록 하였다.

    「한국수화언어법」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한국수어교원자격제도와

    관련된 것이다. ‘한국수어’의 언어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한국수어’를

    농인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보급하는 일도

    중요하다.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이전에는 한국수어를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없었다. 전문적인 수어교육을 받지 못한 채, 단지 한국수

    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한국수어를 가르치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수어는 언어적 지위를 확보되게 되었고 그에 걸맞은 한국수어를 가르치

    는 기준 또한 필요하게 되었다. 한국수어교원자격제도는 한국수어를 가르치

    는 사람들에게 한국수어교원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기준을 제시해 줌으로

    써 한국수어 교원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한국수어의 교육이 체계적으로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중심 역할을 할 것이다.

    4.4.2. 점자 표준화 관련 주요 추진 사업

    점자와 관련된 사업은 주로 점자 표준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점자 규범

    정비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2017년 3월 점자 규정이 개정되었는데

    이 개정을 위해서 2012년부터 점자 규정 개정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 이후에

    도 지속적인 연구와 보완을 통해 마침내 2017년 3월 점자 규정이 개정

    고시되었다. 이번 개정은 일부 점형을 규칙적으로 정비하고 조항을 통합하

  • 29

    거나 분리하는 등 체계의 통일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는데, 그동안

    한글 점자, 수학 점자, 과학 점자를 따로 사용하던 점형을 통일하여 맥락을

    같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한글 점자는 점자 사용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

    여 2015년부터 시행한 「한글 맞춤법 일부 개정안」의 문장 부호 규정에

    따라 내용을 정비하였고, 컴퓨터 점자는 예문을 현재 주로 사용하는 소프트

    웨어 등을 기준으로 변경하였다. 음악 점자 규정은 한국 음악 점자와 서양

    음악 점자로 구분하여 체제를 변경하였다. 한국 음악 점자에서는 해금 악보를

    신설하였고, 서양 음악 점자에서는 2006년 개정에서 누락되었던 조표 부분

    과 코드 규정 부분을 신설하였으며 하모니카 악보의 규정도 제정하였다.

    이번 개정으로 끝이 아니다. 점자 규정은 언어생활의 변화를 반영해야

    하므로 이번 점자 규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다음 규정 개정 때 잘

    보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실질적인 보완을 위하여 관련 기초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점자 정보 이용에 관련하여서는 「도서관법」 등에 정보 접근성에 관련한

    조항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점자 규격은 마련

    된 바가 없다. 엘리베이터에 관련한 점자 규격이 있을 뿐, 국가에서 정한

    규격은 없는 실정이다.17)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6년 점자 규격과

    관련된 연구를 실시하였고, 2017년에도 점자규격 표준화를 위한 실태 조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7) 민간단체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점자 규격이 있다. 미국 점자 규정은 점자 사용에 대해서

    는 비교적 잘 나와 있다.

  • 30

    5. 특수언어 정책의 전망과 의의

    특수언어 정책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따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중 가장 시급한 것에 대해서

    몇 가지 기술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수어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력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당사자들의 인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 양성을 위한 노력들이 농사회뿐만 아니라 청인 사회

    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점자도 마찬가지이다. 각 당사자들

    이 정책 개발과 시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특수언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현재 부처별로 다양하게 존재하

    는 조직들이 모여서 각자의 사업을 논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연결망이 필요

    하다.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 자치 단체의 관련자들이 함께 모여 사업들

    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모임에는 수어와 점자 사용자 단체들도

    함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수어 교육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는 수화통역사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앞으로는 농인 당사자들에게 수어로 교육받을 기회를

    확대하고 일반인들에게도 체계적인 수어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원 양성과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점자와 관련하여서도 현재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자 교육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넷째, 인식 개선 사업을 꾸준하게 하여야 한다. 수어와 점자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한국어와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

    하고 수어와 점자가 긍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업들을 꾸준하게 해 나가

    야 할 것이다.

    특수언어 정책은 그간 한국의 주류 언어 내지 거대 언어 사회에서 소외된

    소수 언어의 진흥을 위해 출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언어는 그 사용자

    가 사라지게 되면 함께 소멸된다. 그런데 그 사용자가 사라지는 이유는

  • 31

    정치‧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그런 점에서 「한국수화언어법」과 「점자

    법」은 한국수어와 점자 사용에 대한 법적 지위를 보장해 줌으로써 이들이

    사라질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법이 만들어졌

    다고 해서 이들 언어의 발전과 진흥의 임무가 다 끝난 것은 아니다. 또한

    관련 조직이 생겼다는 것도 의무를 다한 것은 아니다. 수어와 점자의 사용

    진흥을 위하여 지속적이며 다각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 32

    참고 문헌

    국립국어원(2010), 청각장애인의 언어 사용 실태조사, 국립국어원.

    정희원(2016), 대한민국 수화언어 정책의 현황과 전망, 수화언어와 사회적 의사

    소통 학술대회 발표자료집, 국립국어원.

    조태린(2010), 언어정책이란 무엇인가? 새국어생활 20-2, 117-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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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_____(2016), 언어 소외 계층 방송 언어 개선을 위한 기초 연구, 존중과 배려의

    방송언어 발표 자료집, 국립국어원.

    이연숙 저, 이재봉‧사이키 카쓰히로 옮김(2012), ≪말이라는 환영≫, 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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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Education Planning in the Pacific Basin, Springer Science &

    Business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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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e Write(2016), Language Policy and Language Planning, Palgrave

    macmillan.

    Council of Europe(2005), The Status of Sign Language in Europe, Council

    of Europe publicing.

  • 33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의 의의와 실제

    이운영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 학예연구관

    1. 들어가는 말

    2016년은 한국의 농인1)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한 해이다. 2013년 발의된

    지 3년 만에 비로소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된 해이기 때문이다. 청인2)에

    게는 생소할 수 있는 법이지만 농인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언어권을 보장하

    는 법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농인들이 사용하는 ‘수화3)’는 그동안

    독립된 언어라기보다는 한국어를 단지 손으로 일대일 대응을 하여 표현하는

    보조 수단 정도로 여겨져 왔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관심이나 연구, 보급

    등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독립된 하나의 언어로서의 ‘수화’의 지위를 보장

    하고 이를 보급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2013년에 이러한 의견들이 수렴되어 모두 4개의 ‘수화’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다.4) 이후 이 4개 법안은 2015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1) 청각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농문화 속에서 한국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한국수화언

    어법」 제3조)

    2) 청각 장애가 없는 사람을 농인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3) ‘수화’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서 일단 따옴표로 처리하였고 2장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다루도록 하겠다.

    특집 2

  • 34

    원회에서 「한국수화언어법」으로 병합되어 통과되었고 같은 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국회 본회의에서 마침내 의결되었다. 이후 국무회의 등을 거쳐

    2016년 제정‧공포되었고 같은 해 8월 4일 시행되어 ‘수화’의 발전과 보급

    등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농인에게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한국수화언어법」과 그 시행령의 세부 내용

    및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2.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의 의미2.1. ‘수화’와 ‘한국수어’

    1장에서 간략히 언급한 바와 같이 ‘수화’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수화’가

    한국어를 표현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한국어를 음성

    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문자(한글)로도 표현하는 것처럼 ‘수화’는 ‘손동작’으

    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수화’는 한국어, 영어, 독일어

    등과 마찬가지로 자체적인 문법과 어휘 등을 지니고 있는 하나의 독립된

    언어 체계이다. 법 명칭이 ‘한국수화언어법’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어가 나라마다 다른 것처럼 ‘수화’도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앞에 ‘한국’

    을 붙이고 ‘수화’가 하나의 독립된 언어 체계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뒤에

    ‘언어’라는 말을 더해서 ‘한국수화언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한국어’에 대응하는 표현으로 ‘한국수어’라는 명칭도 함께 사용하도

    록 하였다.5)

    4) 한국수어법안(이에리사 의원 발의 ’13. 10. 22.), 한국수화언어기본법안(이상민 의원 발의 ’13.

    8. 20.), 수화기본법안(정우택 의원 발의 ’13. 10. 8.), 수화언어 및 농문화 기본법안(정진후

    의원 발의 ’13. 11. 26.)

  • 35

    이와 같이 한국수어를 독립된 언어로 인정하고 이를 대한민국 농인의

    공용어로 인정하는 것이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의 가장 큰 의의라 할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 농인의 모어(제1언어)는 한국어가 아니라 한국수어라

    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인에게 한국어는 영어, 독일어와

    마찬가지로 별도로 학습해야 할 제2언어이며 따라서 한글 역시 한국어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새롭게 익혀야 하는 문자이다. 간혹 청인들 중에서 ‘한글

    로 적어서 의사소통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굳이 수화로 통역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로 한국수어를 한국어

    의 표현 수단으로 오해한 데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 영어로

    되어 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어나 한글로 통번역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농인은 한국어(한글)로 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수어로 통역6)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2. 농인과 청각 장애인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의 또 다른 큰 의의는 ‘농인’을 청각 장애인과

    구분하여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청각에 이상이 생겨 듣지 못하

    는 사람을 청각 장애인이라고 한다. 「장애인복지법」에서도 ‘청각 장애인’을

    공식 법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수화언어법」에서는 한국수어를

    대한민국 청각 장애인이 아닌, 대한민국 ‘농인’의 공용어로 선언하고 있다.

    이는 모든 농인은 청각 장애인이지만 모든 청각 장애인이 농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청각 장애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인공 와우 수술을

    받거나 구화를 익힘으로써 한국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사람은 농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반대로 청인 중에서 한국수어를 제2언어로 익혀서 사용하는

    5) 이후 특별히 구분하여 기술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수어’로 통일하겠다.

    6) 이런 맥락에서 ‘통역’은 매우 적절한 용어이다. 영어를 한국어로 이해하기 위해 통역이 필요한

    것처럼 한국어를 한국수어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통역이 필요한 것이다.

  • 36

    사람 역시 ‘농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처럼 ‘농인’의 개념을 분명히 하고

    한국수어가 이러한 농인의 모어임을 밝힌 것도 「한국수화언어법」의 중요한

    의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농인’ 외에도 ‘농문화, 농사회, 농정체성’

    등이 「한국수화언어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3. 「한국수화언어법」 세부 내용과 의미2장에서는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을 통하여 한국수어와 농인의 지위가

    바르게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살펴보았다. 3장에서는 「한국수화언

    어법」(이하 “법”)의 세부 내용과 의미를 주요 조항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3.1. 기본이념

    제2조(기본이념) ① 한국수화언어(이하 “한국수어”라 한다)는 대한민국농

    인의 공용어이다.

    ② 국가와 국민은 한국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이 농정체성을 확립하고

    한국수어와 농문화를 계승‧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

    ③ 농인과 한국수어사용자(이하 “농인등”이라 한다)는 한국수어 사용을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생활영역(이하 “모든 생활영역”이

    라 한다)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며, 모든 생활영역에서 한국수어를 통하

    여 삶을 영위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④ 농인등은 한국수어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법 제2조에는 2장에서 살펴본 법 제정의 의의가 잘 드러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1항에서 한국수어는 대한민국 농인의 공용어라고 선언한

  • 37

    부분이다. 이 선언의 의미는 제3항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제3항에서는 농인과 한국수어사용자(이하 “농인등”)가 “모든 생활영역에

    서 한국수어를 통하여 삶을 영위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농인등이 관공서를 방문하거나 박물관을

    갔을 때 한국수어를 사용하여 충분히 원하는 일을 처리하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3항은 사회

    전반으로 한국수어를 확산하는 데에 가장 기본이 되는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한국수어는 한국어와는

    달리 모든 국민이 아니라 ‘농인’의 공용어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복수 공용

    어를 사용하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가 모두 공용어이기 때문에 공문서나 도로 표지판 등이 의무적으로

    2개 언어로 작성되어야 하지만, 한국수어는 ‘농인’의 공용어이기 때문에

    이러한 수준으로 강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제3항에서 드러났듯이 농인들

    이 원할 때, 필요할 때에는 충분히 한국수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는 않다.

    3.2. 한국수어발전 기본계획 수립

    제6조(기본계획의 수립)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한국수어의 발전 및 보

    전을 위한 한국수어발전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라 한다)을 한국수

    어 관련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5년마다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② 기본계획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1. 한국수어정책의 기본방향과 추진목표에 관한 사항

    2. 모든 생활영역에서 농인의 한국수어 사용 환경의 개선에 관한 사항

    3. 한국수어의 연구 및 전문용어 표준화에 관한 사항

    4. 한국수어의 교육에 관한 사항

  • 38

    5. 한국수어의 보급에 관한 사항

    6. 한국수어 통역에 관한 사항

    7. 한국수어 관련 전문인력 양성에 관한 사항

    8. 농인의 농정체성 확립과 농문화 육성에 관한 사항

    9. 한국수어의 정보화에 관한 사항

    10. 남북한 한국수어의 교류 및 연구에 관한 사항

    11. 한국수어의 발전을 위한 민간 부분의 활동 촉진에 관한 사항

    12. 한국수어 관련 법령의 제정‧개정에 관한 사항

    13. 그 밖에 한국수어의 발전에 필요한 사항

    법 제6조에 따르면 한국수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기본계획에 들어가야 할 구체적 사항

    도 들어 있는데 이 중에는 현재의 한국수어 현황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선진적인 내용도 꽤 담겨 있다. 한국수어의 교육이나 보급, 통역 등은 법

    제정 이전에도 민간 등에서 부족하나마 진행된 부분이 있다. 한국농아인협

    회 등을 통하여 한국수어의 교육과 보급이 진행되고 있고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한 수화통역사가 통역 관련 부분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수어 전문용어 표준화의 결과물로는 분야별 전문어 사전 편찬 등이 있다.

    그러나 농정체성과 농문화에 관한 사항이나 남북한 한국수어에 관한 사항

    등은 새롭게 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고 한국수어에 대한 연구도 매우 제한적

    으로만 진행되어 왔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부분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만한

    환경조차 조성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제1차 계획에서는 이러한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부터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어의 교육이나

    보급, 전문인력 양성 부분도 진행되고는 있으나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에 대한 부분도 기반부터 다시 다져 나갈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 제14조에서 다시 자세히 살펴보겠다.

  • 39

    제7조(연도별 시행계획의 수립‧시행 등)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관계 중

    앙행정기관의 장 및 시‧도지사는 기본계획에 따라 매년 한국수어발전시

    행계획(이하 “시행계획”이라 한다)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②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는 다음 연도의 시행계획 및

    전년도의 시행계획에 따른 추진실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제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매년 시행계

    획에 따른 추진실적을 평가하여야 한다.

    제8조(보고) 정부는 기본계획, 시행계획 및 추진실적을 확정한 후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법 제7조, 제8조는 타 법에서 보기 드문 강력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그 실적을 보고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그 추진실적을

    ‘평가’하는 것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7조 제2항에 따르면 관계 중앙행정

    기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그 추진실적을

    제출해야 하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를 모두 수합하여 평가한 후 통지

    하여야 한다.7) 이는 단순히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행

    결과(추진실적)를 확인함으로써 계획을 반드시 수행하도록 강제한다는 것

    을 의미한다. 특히 제8조에서 기본계획뿐 아니라 연도별 시행계획과 추진실

    적까지 국회에 보고하게 함으로써 그 강제성을 더하고 있다.

    3.3. 실태조사 실시

    제9조(실태조사)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한국수어 정책의 추진을 위하여

    3년마다 농인의 한국수어 사용 환경 등에 관한 실태를 조사할 수 있다.

    ②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실태조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7) 통지 부분은 시행령 제2조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다.

  • 40

    에는 공공기관 등에 자료 제출이나 의견 진술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자료 제출이나 의견 진술 등을 요구받은 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

    ③ 한국수어의 사용 환경 등에 관한 실태조사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

    으로 정한다.

    제3조(실태조사) 법 제9조제1항에 따른 실태조사의 내용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한국수어의 사용 환경에 관한 사항

    2. 농인과 한국수어사용자(이하 “농인등”이라 한다)의 한국수어 사용

    실태 및 의식에 관한 사항

    3. 농문화 및 농정체성 등에 관한 사항

    4. 그 밖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한국수어와 관련하여 필요하다고 인

    정하는 사항

    「한국수화언어법」이 담고 있는 다양한 정책을 바르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수어에 대한 다양하고도 자세한 실태조사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동안 청각 장애(인) 일반에 관한 실태조사는 보건복지부에서 3년 주기로

    진행해 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서 하는 조사는 15개 유형의 전체 장애인

    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그중 청각 장애(인)에 관한 내용은 장애 유형에

    따른 현황 파악 등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한국수어에 대해서는 한국수어

    사용 가능 여부를 묻는 항목밖에 없다.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른 실태조사

    에서는 한국수어와 농인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41

    3.4. 한국수어 사용 촉진 및 보급

    제14조(한국수어의 사용촉진 및 보급)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공공 대중

    매체를 활용하여 국민들에게 한국수어를 홍보하는 등 한국수어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한국수어 사용을 촉진하여야 한다.

    ②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한국수어를 배우려는 국민을 위하여 교육과

    정과 교재를 개발하고 한국수어교원을 양성하는 등 한국수어의 보급에

    필요한 사업을 시행하여야 한다.

    ③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한국수어 사용촉진 및 보급을 위하여 공공기관

    및 한국수어 관련 법인‧단체를 한국수어교육원으로 지정할 수 있다.

    ④ 국가는 제3항에 따라 지정된 한국수어교육원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⑤ 제2항에 따른 한국수어교원의 자격요건 등에 관한 사항 및 제3항에

    따른 한국수어교육원의 지정요건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4조(한국수어교원의 자격요건 등) ① 법 제14조제2항에 따른

    한국수어교원(이하 “한국수어교원”이라 한다)은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

    하며, 각각 해당 자격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1. 한국수어교원 1급: 제2호에 따른 한국수어교원 2급 자격을 취득한

    후 다음 각 목의 요건을 모두 갖출 것

    가. 제2항에 따른 기관 또는 단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서 총 300시

    간 이상의 한국수어 교육을 한 경력이 있을 것

    나. 별표 1에 따른 한국수어교원 양성과정의 영역별 필수이수시간

    중 40시간 이상을 이수한 후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승급 심사를 통과할 것

    2. 한국수어교원 2급: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의 요건을 갖출 것

  • 42

    가.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대학(이하 “대학”이라 한다)에서 한국

    수어 교육 분야를 전공으로 하여 별표 1에 따른 대학의 영역별

    필수이수학점을 취득한 후 「고등교육법」 제50조에 따른 전문학사

    학위 이상을 취득할 것

    나. 「고등교육법」 제29조에 따른 대학원(이하 “대학원”이라 한다)에서

    한국수어 교육 분야를 전공으로 하여 별표 1에 따른 대학원의 영역

    별 필수이수학점을 취득한 후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할 것

    다. 제2항에 따른 기관 또는 단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서 총 300시간

    이상의 한국수어 교육을 한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별표 1에 따른

    한국수어교원 양성과정의 영역별 필수이수시간을 이수할 것

    라. 별표 1에 따른 한국수어교원 양성과정의 영역별 필수이수시간을

    이수한 후 제7조에 따른 한국수어교육능력 검정시험에 합격할 것

    법 제14조는 간략해 보이지만 한국수어와 관련하여 수행해야 할 실질적

    으로 가장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먼저 제2항에서 의무 조항으로

    제시한 한국수어 교육과정과 교재 개발, 한국수어교원 양성을 들 수 있다.

    그동안 한국수어 교육은 민간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어 왔고 교육을

    담당할 전문인력도 별도로 없었다. 또한 체계적인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과

    교재도 개발되어 있지 않아서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모두 미흡

    한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 제14조에서 교재‧교육과정 개발,

    교원 양성 등을 국가의 의무로 정하였고, 시행령 제4조 등에서는 국가 자격

    인 한국수어교원 자격에 대해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한국수어를

    가르치는 교원에 대해 일정 요건을 갖추도록 법으로 정하고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가 기관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양질의

    한국수어교원을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수어가 현재 공교육의 교과과정에 정식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 43

    공신력 있는 교재나 교육과정, 그리고 일정 정도 이상의 질이 담보된 교원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라 새롭게 개발되

    는 교재와 교육과정, 그리고 한국수어교원 자격제도를 통해 배출되는 한국

    수어교원이 국가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교재, 교육과정, 교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양질의 한국수어를 교육하고 보급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행령의 한국수어교원 자격 2급에 한국

    수어 교육 분야를 전공으로 하여 학위를 취득하는 것을 하나의 자격요건으

    로 둠으로써 대학이나 대학원 등 고등교육을 통하여 한국수어 전문가를

    양성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는 한국수어 연구나 보급을 위한 인적 기반이

    매우 취약한 현 상황에서 양질의 한국수어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좋은

    유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8)

    제3항과 제4항에서는 공공기관과 민간의 한국수어 관련 법인‧단체 등

    을 한국수어교육원으로 지정하고 예산을 지원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한국수어

    의 사용과 보급을 촉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수어교

    육원’은 없던 기관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있던 한국수어 관련

    기관을 한국수어교육원으로 지정하고 국가에서 개발한 교육과정과 교재를

    한국수어교육원을 통해 보급하고 교육함으로써 체계적인 한국수어 교육과

    보급이 이루어지도록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3.5. 한국수어 능력 검정

    제15조(한국수어 능력의 검정)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한국수어능력의

    향상‧평가를 위하여 한국수어능력을 검정할 수 있다.

    8) 실제로 법 제정 이후 일선 대학에서 한국수어 교육과 관련한 교과과정을 개설하고 대학원

    과정을 검토하는 등 한국수어를 교육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조금 더 넓어지고 있다.

  • 44

    ② 제1항에 따른 한국수어능력의 검정 방법‧절차‧내용 및 시기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11조(한국수어능력 검정시험)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법

    제15조제1항에 따라 한국수어능력을 검정하기 위하여 한국수어능력

    검정시험을 실시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한국수어능력 검정시험(이하 “한국수어능력 검정시험”

    이라 한다)의 분야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한국수어의 이해

    2. 한국수어의 표현

    3. 그 밖에 한국수어의 사용에 필요한 사항

    제15항은 농인과 청인 구분 없이 모든 국민의 한국수어 능력을 국가에서

    검정할 수 있도록 마련한 조항이다. 시행령 제11조에서는 이에 따라 문화체

    육관광부 장관이 한국수어능력 검정시험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인이 한국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 불편이 없는 환경이 제대로 마련

    되려면 농인뿐 아니라 청인의 한국수어 능력도 높아져야만 한다. 법 제15조

    와 시행령 제11조는 한국수어능력 검정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농인과

    청인 모두에게 한국수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한국수어를 더욱 확산시키고

    자 마련된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수어능력 검정시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참여 인구가 확대되면 검정시험 결과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9)

    9) 유사한 제도로 국어능력 검정시험이 있다. 현재 이 시험은 경찰 승진 시험이나 일반 회사

    입사 시험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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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한국수화언어법」의 한계와 남은 과제「한국수화언어법」의 주요 내용을 추진하는 중심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

    이지만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제11조, 제12조, 제16조이다.

    제11조(한국수어의 교육 등)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인등의 한국수어

    및 한국어 능력을 신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인등의 교육에 있어서 장애 발생 초기부터

    한국수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③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학교로 하여금 한국수어를 한국어와 동등한

    교수‧학습 언어로 사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④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학교 교육에서 한국수어를 사용한 교육

    및 한국수어를 통한 학습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제12조(농인등의 가족에 대한 지원)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인등의

    가족을 위한 한국수어 교육, 상담 및 관련 서비스 등 지원체계를 마련하

    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청각장애가 있는 아동의 부모 등이 한국수어를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한국수어 교육 등을 실시하여야 한다.

    청각 장애를 지닌 아동이 태어나거나 중도에 청각 장애가 발생했을 때에

    가장 먼저 이를 인지하는 곳은 지방자치단체의 하위 조직인 동주민센터,

    읍‧면사무소이다. 이곳에서 등급이 명시된 장애인증을 발급받기 때문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병원의 진단서는 필수 서류이다. 따라서 제11조 제2항에

    따라 농아동이나 중도 청각 장애인이 ‘장애 발생 초기부터 한국수어를 습득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나 병원(보건복지부 소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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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후 교육부나 문화체

    육관광부 등을 통해 한국수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12조에서 ‘농인등

    의 가족을 위한 한국수어 교육, 상담 및 관련 서비스 등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청각

    장애를 지니고 태어나는 농아동의 경우 한국수어 습득은 대개 부모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농아동은 원천적으로 이러한 습득

    이 불가하다. 따라서 제12조에서 명시한 농인 가족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할 사항이다. 현재는 이러한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농아동을 둔 청인 부모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조항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유관 정부 부처와 지방자

    치단체 간의 긴밀하고 지속적인 논의가 가능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할 것이

    며, 이 협의체를 통해 이후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지원이 가능한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제3항은 농학교에서 한국수어로 수업을 받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조항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농학교 교사가 한국수어로

    교습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초중등교육법으로는 농학교의 한국수어

    사용 교사 채용을 강제할 수 없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특수학교 교사는

    장애 유형에 따라 구분하여 채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농학교에만 근무

    하지 않으며, 따라서 한국수어 가능 여부가 자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려면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하나 현실적으

    로 이는 쉽지 않다. 대신 농학교 근무 교사들에게 한국수어 교육을 시행하고

    일정 정도 이상의 한국수어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

    는 것이 필요하다.

    제16조(수어통역)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수어통역을 필요로 하는 농인

    등에게 수어통역을 지원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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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행사, 사법‧행정 등의 절차, 공공시설

    이용, 공영방송, 그 밖에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수어통역을

    지원하여야 한다.

    ③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인등이 구직, 직업훈련, 근로 등 직업 활동

    전반에 불이익이 없도록 수어통역을 지원하여야 한다.

    ④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수어통역 관련 전문인력의 양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복지법」 제58조제1항제2호에 따른 장

    애인 지역사회재활시설 중 수어통역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수어통역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수어통역센터를 통해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도 병원이나 관공서 등을 이용할 때 수어통역센

    터를 통하여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공영방송에서도 수어통역이 이루

    어지고 있지만, 그 양이나 질 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인들이 통역을 원하는 경우에 언제든지 양질의 수어통역을 제공받

    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이후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어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

    이를 기반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수어 관련 정책들이 좀 더 실효

    성 있게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5. 맺음말

    「한국수화언어법」은 농인의 언어권을 법으로 보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단순한 선언적 의미뿐 아니라 한국수어의 보급과 발전, 교육, 농문화와

    농정체성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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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다. 또한 현재 한국수어 현황에 비추어 볼 때 다소 앞서 가는 조항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법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어서 농인의 언어생

    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려면 법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

    하고 실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면에서 법 시행에 맞추어 국립국

    어원에 특수언어진흥과가 신설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담 부서

    에서 장기 계획 아래 우선순위를 정하여 정책을 구상하고 실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책 시행 초반에는 다소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겠으나 법 제정 본연의 취지를 잊지 않고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간다면

    농인의 언어생활, 더 나아가 농인의 전반적인 삶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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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수어 교육 실태와 개선 방안

    원성옥

    한국복지대학교 수화통역과 교수

    1. 머리말

    1960년 초 윌리엄 스토키(William C. Stokoe)의 연구 이후 수어는 언어

    보편성을 가지고 있으며 나름의 문법을 가진 완벽한 언어라는 사실이 과학

    적으로 증명되었다. 더불어 1980년대 이르러 청각 장애를 보는 관점이 병리

    적 관점에서 사회 문화적 관점으로 그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수어가 시각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는 사람들의 언어로 인정되고, 농인은 수어를 사용하는

    언어 공동체로 인정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북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농인의

    입장에서 수어는 가장 편하고 익숙한 제1언어임을 인정하여 제1언어로서의

    수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청인을 대상으로는 제2언어로서의 수어 교육

    을 실시하고 있다(Wilcox & Wilcox, 1997).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수어에 대한 관심과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수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증가하였

    다. 농인 관련 기관과 교회와 같은 종교 단체에서만이 아니라, 관공서의

    수어 교육과 대학의 교양 수어 강좌 등 수어를 가르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2016년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의 시행으로 한국수어는 한국

    농인들의 공용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더불어 이 법에서는 농인들의 교육

    특집 3

  • 50

    에 있어서 장애 발생 초기부터 한국수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정책화하였

    고 한국수어를 교수 학습 언어로 사용하도록 하여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동 법 시행령에서는 한국수어교육원과 한국수어 교원 자격에 대한 내용을

    명시함으로 체계적인 수어 교육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에 청각

    장애 학교에서도 교사들의 수어 능력 향상을 위한 연수와 함께 2016년부터

    청각 장애 학생 담당 교원의 교육용 수어 능력 평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어 교육은 언어로서의

    수어 교육을 하기에는 그 기반 여건이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즉, 다양한

    장소와 다양한 �